[여의도풍향계] 선거 끝나면 존재감 흐릿…갈림길 선 청년 정치

2022-07-24 11

[여의도풍향계] 선거 끝나면 존재감 흐릿…갈림길 선 청년 정치

[앵커]

여의도 청년 정치가 기로에 섰습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그 중심에 있는데요.

두 사람 각각에 대한 긍정·부정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청년 정치의 명암이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최지숙 기자가 여의도 풍향계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오늘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로 문을 열어볼까 합니다.

평생의 정치적 동지이자 맞수였던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인데요.

두 거목의 공통점 중 하나는 청년 정치의 '원조'격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영화 '킹메이커'에서 다루기도 했는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70년 신민당에서 '40대 기수론'을 들고나왔습니다.

한국 정치사에서 처음, 세대교체 돌풍이 일어난 것입니다.

두 사람은 각각 20대와 30대 후반의 나이에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한 뒤, 기본기를 탄탄히 다지며 대권을 바라봤습니다.

기성 정치인들에게 '젖비린내 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냉소를 이겨내고 한국 정치판을 뒤흔들었습니다.

다시 지금의 여의도로 돌아와보겠습니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청년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근래 정치권에선 청년 정치인의 성장을 지켜볼 일은 외려 드물어졌습니다.

이준석과 박지현, 속살이 다른 두 사람이지만 이들의 공통점도 바로 20대에 정계에 입문한 청년 정치인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선거 기간, 여야 간판으로 떠올랐지만 이들의 현재 상황은 '풍전등화'나 '토사구팽'에 비유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른바 '박근혜 키즈'로 2011년 여의도에 등장한 뒤, 10년 만에 당 대표 자리에 올랐습니다.

당 대변인을 토론 배틀로 선발하는가 하면, 공직 후보자 기초자격평가를 처음 실시하는 등 기성 정치와 차별화를 시도했습니다.

"대한민국 공직을 지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에 걸맞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제도화하고 앞으로도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혜성처럼 등장해 단숨에 지도부 타이틀을 달았습니다.

박 전 위원장은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활동가로 대선을 앞둔 지난 1월,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했는데요.

그로부터 두 달 만에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자리에 올라 주목받았습니다.

젊은 여성 정치인이라는 상징적 의미와 함께, 기성 정치를 향한 거침 없는 쓴소리와 새로운 메시지로 변화를 이끌고자 했습니다.

"힘든 시기에 내부를 공격한다는 비판도 들었지만, 상식에 부합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하며 용기를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대 양당의 얼굴로 부각됐던 두 사람은 선거가 끝나자 나란히 장외로 밀려났습니다.

이 대표의 경우 우선 성 상납과 증거인멸 교사 의혹이 발목을 잡았는데요.

여기에 당내 갈등과 분란을 자초한다는 비판도 이어졌는데, '친윤' 그룹과의 갈등이 한몫을 했습니다.

당 윤리위원회는 이 대표에게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 결정을 내렸고

"그렇게 기다렸던 소명의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이렇게 무겁고 허탈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결과를 수용하라는 압박이 이어졌습니다.

이 대표는 최근 전국을 돌며 젊은 당원들을 만나는 한편, SNS로 당원 모집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밖으로는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안으로는 조기 전당대회 주장이 나오면서 이 대표가 다시 당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박 전 위원장의 경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방선거 전 '586' 정치인들의 용퇴를 거론하며 당내 비판에 직면했고, 이후 잇단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한 달간 잠행을 이어가다가 전당대회 출마로 재기를 노렸지만

"민주당은 위선과 '내로남불'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당을 망친 강성 팬덤과 작별할 준비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달라져야 합니다."

'피선거권이 없다'며 당에서 출마를 거부당한 상태입니다.

청년 정치인들이 쉽게 뜨고 지는 현상의 원인을 당사자에게서 찾는 의견도 있습니다.

정치적 미숙함이나 부적절한 처신, 개인적 의혹 등 개개인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죠.

나이만 젊을 뿐, 일부 청년 정치인은 기성 정치인의 언행을 답습하며 권력에만 천착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우리 정치가 이들을 쓰고 버리는 소모품처럼 여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성 정치의 벽은 아직 두껍습니다.

높은 평균 연령에 연공서열이 중시되는 정치권에서 나이도 어리고 세력도 없는 청년 정치인이 살아남기란 그리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도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에선 90년대생 최고위원과 대변인 등이 용기있는 쓴소리를 내고 있고

"우리를 향한 비판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전 정권 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합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는 당 혁신을 외치는 청년 정치인들의 최고위원 출사표가 이어졌습니다.

"기필코 누군가 나서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혁신의 길을 종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현대사의 고비마다 성장을 이끌었던 주역은 이처럼 변화를 향해 달려가는 청년 세대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정치권에는 이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시스템도 이들의 목소리를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도 부족해보입니다.

새로운 시대에 답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새로운 의제와 담론입니다.

돈이 없어도 소위 '부모 찬스'가 없어도 나아갈 준비가 된 청년들에게 그 담론의 토양을 만들어주는 일이 진정한 정치 혁신의 변곡점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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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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